캐릭터의 생존 시스템과 몬스터의 기믹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고 "플레이어가 무서운 몬스터를 피해서 굳이 어두운 방 구석구석을 뒤질 이유가 있을까?" 라는 고민이 생겼다.
단순히 다음 층으로 가는 열쇠만 찾고 스피드런(Speedrun) 하듯 도망치는 게임이 되지 않도록, 플레이어의 탐험 욕구를 자극하고 다중 엔딩을 가르는 핵심 수집 요소인 '메멘토(Memento, 유품)' 시스템을 구체화했다.
1. 수집 요소(메멘토)의 기획적 의도
'망각(Oblivio)'이라는 게임의 테마에 맞게, 병원 곳곳에 버려진 누군가의 기억과 유품들을 배치했다.
- 시스템적 구현: 복잡한 인벤토리 아이템으로 처리하기보다, 상호작용 시 ActorHasTag("Memento")를 검사하여 곧바로 획득되도록 처리했다. 획득한 메멘토는 GameMode의 AddMemento() 함수를 통해 게임 인스턴스에 영구적으로 누적된다.
- 기획적 의도: 이 누적된 메멘토의 개수는 몬스터 처치 수(TotalKills)와 함께 게임의 결말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진엔딩(사형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극도의 공포를 이겨내고 맵에 숨겨진 진실들을 긁어모아야만 한다.
2. 층별 아이템 및 유품 리스트 구체화
우리 게임은 9층에서 시작해 지하로 점점 내려가는 구조를 띤다. 층을 내려갈수록 평범했던 병원이 점차 끔찍한 실험의 현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메멘토를 통해 간접적으로 스토리텔링(Environmental Storytelling) 하기로 했다.
- 9층 (의사 휴게실 및 당직실): 게임의 튜토리얼 격인 공간. 이곳의 메멘토는 '찢어진 당직 일지'나 '어느 의사의 신분증' 같이 비교적 평범하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텍스트들로 구성한다.
- 중층 (수술실, 중환자실): 본격적인 위협이 시작되는 곳. '혈흔이 낭자한 수술 기록지'나 '환자의 부서진 라디오' 등을 배치해 병원의 어두운 비밀을 조금씩 노출한다.
- 저층 (격리실 및 지하): 진실이 밝혀지는 구간. 이곳의 메멘토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잃어버린 기억과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충격적인 오브젝트들로 배치할 계획이다.
3. 진행 동선 설계 및 난이도 밸런싱 스케치
메멘토를 맵의 주요 파밍 포인트와 교묘하게 엇갈리게 배치하여 동선을 설계했다.
- 리스크 앤 리턴(Risk & Return): 열쇠(Key)가 있는 방과 메멘토가 있는 방의 방향을 분리했다. 메멘토를 얻기 위해서는 괴물의 순찰 경로를 한 번 더 뚫어야 하고, 소중한 손전등 배터리(CurrentBattery)와 허기 수치를 소모해야 한다.
- 어둠 속의 탐색: 메멘토 오브젝트 자체도 너무 눈에 띄지 않게 하여, 플레이어가 손전등 포커스를 조절해가며 샅샅이 탐색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는 앞서 만든 배터리 소모 패널티 로직과 맞물려 플레이어의 자원 관리 능력을 극한으로 시험하게 된다.
메멘토 예시들:

게임의 스토리를 강제적인 컷신이나 긴 텍스트 창으로 보여주는 대신, 맵 곳곳에 배치된 오브젝트(메멘토)를 통해 유추하게 만드는 방식이 생존 호러 장르에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코드 상으로는 상호작용 레이캐스트에 태그(Tag) 체크 조건문 하나를 추가한 것뿐이지만, 이 작은 분기점이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생존 본능과 "저 구석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탐구심 사이에서 유저를 갈등하게 만드는 훌륭한 장치가 될 것이다.